전 세계 추정 유병률 100만 명당 1명인 극희귀질환으로 1952년 포르투갈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된 이후 스웨덴과 일본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견되며 지금까지 발견되고 있다. 이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거의 전 세계에서 보고되는 상황이다.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트랜스티레틴이란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다. 트랜스티레틴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수송하는 역할을 하며 간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비정상적인 트랜스티레틴이 만들어진다. 비정상 단백질은 불안정해서 작은 조각으로 깨지게 되고, 깨진 조각들이 엉키면서 나일론실 같은 아밀로이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 있지만 100% 영향 받는건 아냐
아밀로이드가 혈관을 타고 말초신경과 여러 장기에 쌓이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인 경우 자녀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50% 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100% 모두 질환이 발생하지는 않는. 어떤 요인이 증상을 유발하고 어떤 요인이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유전적 배경은 있으나 100%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단백질 변이는 일어났으나 증상이 없을 수도 있는 복잡한 질환이기에 일반적인 유전질환과 달리 진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전질환은 보통 태어날 때부터 혹은 어려서부터 증상이 나타나는데 비해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은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40~50대에 시작된다. 따라서 가족력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환자나 의료진 모두 유전질환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다.
중요증상, 손발저림‧기립어지럼증‧체중감소 등 … 증상만으로 진단할 순 없어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의 증상은 앞서 언급한대로 손발저림, 기립어지럼증, 원인 모를 설사나 변비, 체중감소, 양쪽 손목굴증후군 등으로 나타난다. 이 중 한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이라고 의심하기는 이르다. 다른 말초신경질환들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손발끝의 저린감과 통증, 무딘감으로 인해 물건을 손에서 놓치는 현상, 발에 상처가 나도 잘 모르는 증상 및 가슴두근거림, 일어설 때 아찔한 느낌,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증상, 배뇨 곤란, 입마름, 눈부심 등은 여러 원인에 의한 말초신경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단순히 증상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인지 아닌지를 진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부정맥 또는 심장비후 같은 심장관련 이상 증상이 함께 있으면 가능성이 높고, 특히 가족 중 이 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이전에는 진단이 되더라도 치료방법이 없어 가족들은 검사받는 것 자체를 꺼렸지만, 최근 치료가 가능해 지면서 증상이 없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유전자검사로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신이 보인자(保因者)인 것으로 나타났다면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상담과 진찰이 필요하다.
완치없는 질병…지속적인 치료로 인자 억제해야
약물치료로 진행하며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다. 간이식 방법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유전변이의 경우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경구 투약 약물인 ‘빈다켈’이 있다. 이는 변이 트랜스티레틴이 깨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더 이상 아밀로이드로 변화되지 않게 도와준다. 과거에는 환자의 비용부담이 큰 치료약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보험적용이 가능해져 환자의 부담을 덜었다.
빈다켈 외 정맥주사 유전자치료제인 ‘온파트로’ 라는 약물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처 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온파트로를 3주마다 한 번 씩 정맥주사를 놓으면 약제가 간으로 흡수돼 트랜스티레틴 유전자에 붙어 유전자를 잘라버린다. 이로써 트랜스티레틴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현재 필자가 국제 임상시험을 통해 5명의 환자분을 이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는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다만 비용이 천문학적인 가격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게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한번 침착된 아밀로이드는 쉽게 제거되지 않고 영구적이며 점차 진행되기 때문에 완치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단,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진행하면 여러 장기와 신경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만큼 낙심할 필요는 없다.
극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최신 기법을 이용한 치료약제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경병이 진행된 경우라도 보행이 가능한 상태라면 치료약물을 시작할 수 있다. 무증상의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절한 치료 시점에서 약물 투약을 시작하면 증상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건국대병원신경과오지영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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