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거의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려
최근 8년 새 환자 수 2배로 늘어…여성암 사망률 1위
대부분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 5~10% 정도는 유전적
양희은은 방송에서 "20대는 빚만 갚다 끝났다. 30세에 빚을 겨우 다 갚고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난소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3개월 시한부 판정이었다. 이제 좀 인생 피나 했더니 암이라니.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 것인지 많이 한탄했다"면서 수술을 통해 난소암을 극복한 과거를 밝혔다.
홍진경 역시 지난 2013년 난소암 판정을 받은 후 투병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홍진경은 이후 항암 치료를 하게 됐고 머리가 빠지는 가운데도 가발을 쓴 채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홍진경은 "투병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아이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며 투병의 고통을 전하기도 했다. 치료와 운동을 병행한 끝에 2016년 완쾌한 그녀는 현재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초기 증상 거의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1년 1만2669명에서 2019년 2만4134명으로 급증했다.
난소암은 여성암 사망자의 47% 이상으로 전체 여성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여성암으로 손꼽힌다.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난소암은 조기 발견과 진단이 어렵다.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경우에도 70%는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어 암의 전이나 사망률이 매우 높다.
이처럼 난소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초기에 증상이 전혀 없고, 난소암 3기가 되어도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가 불러오는 등 비특이적인 증상뿐이다. 또한 아직까지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확실한 선별검사 진단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부인암클리닉 이은주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선별검사에는 질식초음파, 골반내진,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등이 있는데 이런 검사들의 실제 효용성은 낮다"며 "질식초음파검사에서 난소에 종양이 있으면 다 발견이 되지만 이게 암인지 양성 종양인지는 구별 능력이 낮으며, 난소암의 종양표지자 마커인 CA125 유전자는 1기 난소암에서는 50%에서만 증가하고 2기 난소암에서는 60%만 증가하며 암이 아닌 양성질환에서도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도가 떨어져 난소암의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전했다.
◇대부분은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5~10%는 유전적
대부분의 난소암은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 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 중 한명이라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거나, 본인이나 가족, 친척(고모, 이모, 조카) 중 유방암 또는 난소암이 진단되거나 BRCA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 가족이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으며, BRCA 유전자 외에도 MMR 유전자(MLH1, MSH2, MSH6, PMS2), ATM, BRIP1, BARD1, PALB2, RAD50 등 수십 개의 유전자의 변이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유전자 검사도 필요하다.
이은주 교수는 "유전성 난소암의 발병 위험성을 고려해 직계가족 중에 난소암, 유방암이 합쳐서 2명 이상이거나, 가족 중에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다발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가족 중 한명이라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경우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여성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초음파검사와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유전성 난소암의 발병 위험이 높은 여성에서 유전성 난소암의 예방법은 난소난관절제술이 유일한데,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통해 유전성 난소암 발생위험을 96%까지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아기를 낳기를 원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35세 이후 또는 적어도 40세 이전에 난소난관절제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많이 진행된 상태일 땐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 줄인 후 수술
난소암이 진단되면 일반적으로 수술로 가능한 한 모든 종양을 제거한 후 항암치료를 시행하게 되는데, 여성의 나이와 임신력, 암세포 종류와 병기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 결정한다.
수술 후 눈에 보이는 종양이 다 제거되고 남아있는 종양이 없거나 그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 항암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때로는 진단 당시 많이 진행돼 수술로 불가능할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해 종양의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검사를 통해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해 BRCA를 포함한 30여 개의 유전자에 대한 유전성암 검사를 시행한다. 이때 유전성난소암 유전자 변이를 발견해 효과적인 표적항암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이은주 교수는 "최근 BRCA 유전자 돌연변이나 HRD 포지티브(positive)를 가진 백금-반응성 재발성 난소암에 대해서 표적항암제인 PARP 억제제(올라파립, 니라파립)의 치료 효과가 증명되면서 난소암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PARP 억제제는 2-3차 이상 항암제 치료를 받은 후 재발한 백금 반응성 난소암 환자들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유지요법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10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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