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변이보다 전파력 강해 지역 감염 확산 시 위험, 다른 지수도 부정적 … 방역당국·전문가 “갈림길 상황”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쎈 것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내 전파 사례가 발견됐다. 그간 해외 입국자에서는 몇차례 발견됐으나 지역 전파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의 집단감염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 적으로 빚어져 제4차 유행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서울시는 강서구 직장·가족 관련 남아공 변이 감염자 총 6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중 3명은 서울시, 다른 3명은 타 도시 주민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국내는 아직 해외에 비해 변이가 낮은 수준이지만 언제든지 지역사회 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발생한 확진자와 자가격리 접촉자 관리를 철저히 하며 질병청과 협의해 지역사회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도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아공 변이가 발견된 강서구 직장·가족 사례와 관련해 “주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국내에서 발생한 집단발병 사례 중 17번째 케이스”라며 “‘지역사회 감시 강화'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감시 강화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특정 환자의 선행 확진자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환자가 확인된 지역이나 집단의 주변으로 감시망을 넓혀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박영준 팀장은 “앞서 일가족 중 3명의 남아공 변이 감염이 확인된 경기 김포시 일가족 중 1명이 직장에서 전파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직접적인 접촉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직장·지역사회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남아공 변이주는 영국 변이보다 더 전염성이 높아, 지역 사회 전파가 시작될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올해 초 ‘알자지라’ 지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남아공 변이주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데 연결고리가 되는 단백질 스파이크에 많은 변이가 발생해, 이로 인해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나, 전파 속도가 빠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백신의 효력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의과대학의 존 벨(John Bell) 교수는 “기존 백신들이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큰 물음표(big question mark)’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변이주의 지역감염을 두고 4차 유행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00명 전후를 오가는 신규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속도가 빠른 변이주의 침투는 다시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감염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감염재생산지수와 검사자대비확진자비율 등의 유행지표가 모두 부정적인 점도 4차 유행 시작설에 힘을 싣고 있다.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의미하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수도권에서 지난주 1.7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 이하면 전파 억제, 1을 넘으면 확산되고 있단 뜻이다. 특히 전국 모든 권역에서 1.0을 넘기면서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에 있음을 시사했다. 전 권역의 감염재생산지수가 1.0을 넘긴 것은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셋째주 이후 처음이다. 1% 이하로 머물던 검사자대비확진자비율도 지난주 1.39%로 뛰어올랐다.

방역당국은 4차 유행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6일 코로나19 상황 브리핑에서 “많은 전문가가 3월 말부터 4월까지 4차 유행이 온다고 예측하고 있지만, 아직 4차 유행이 본격화한 부분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도권은 300명대 내외에서 큰 등락 없이 유지되는 수준으로, 지금의 유행을 이끄는 요인을 보면 비수도권의 집단발생이 가장 크다”며 “수도권에서는 기존 감염자 접촉에 따른 요인이 큰 편인데 비수도권에서는 집단감염 영향이 커서 추가 확산이 없도록 잘 막으면 확산세를 안정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이동량 증가와 이로 인한 집단 감염이 4차 유행의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거제·부산·전주 등 확진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을 본격적인 4차 유행의 시작이라기보다는 갈림길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저명해지고 있어서 4차 유행의 갈림길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불필요한 모임 하지 않기 등 개인 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개인의 행동을 강제하는 행정적 조치들이 불가피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은 순위가 돌아오시면 백신의 종류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맞으시기를 권고한다”며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지역사회에 퍼져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거리두기가 느슨할 경우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상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