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eLife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어려운 정신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은 피부에 뜨거운 물체가 닿는 고통스러운 경험만큼이나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해당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어렵고 힘든 과제를 완수하거나 뜨거운 통증을 경험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연구진은 안전하면서도 정확한 연구를 위해 정해진 온도까지 가열되지만 빠르게 식어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는 '열감 자극기'라는 장치를 이용, 참가자들의 개별적인 통증 임계값을 실험했다. 참가자들은 0도에서 100도까지 통증 정도를 테스트했는데, 0은 '무통', 100은 '매우 강렬한 통증'이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N-back이라는 까다로운 기억 과제를 수행했다. 이는 뇌 트레이닝으로, 고난이도의 기억력·집중력이 요구된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나타나는 일련의 항목을 보게 된다. 그 다음 다른 문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각 글자가 나타나면서 화면상의 글자가 순서에 앞서 나타난 글자와 동일한지 그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2-back에서 어떤 글자가 이전에 두 군데 나타났는지 기억해야 한다. 이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 연구에서는 4-back이 가장 어렵고 0-back이 가장 쉽다. 이 기억 과제 역시 100점 만점에 10점부터 80점까지 5단계의 통증이 포함되어 있으며, 참가자들은 각 라운드마다 N-back과 신체적인 통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이런 실험을 한다고 했을 때,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려고 하기 보다는 재미 없고 어렵더라도 신체에 해가 되지 않는 힘든 과제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연구에서 참가자들의 선택은 보편적인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연구 참가자 39명 중 1명은 힘든 과제를 선택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신체적인 고통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참가자들이 매 라운드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연구진은 그들이 얼마나 빨리 결정을 내리는지를 측정했다. 타는 듯한 고통을 받아들이기보다는 N-back의 또 다른 라운드를 택했을 때 참가자들의 판단은 비교적 빨랐다. 그러나 신체적인 통증을 택할 때는 한결같이 주저하는 기미를 보였다.
따라서 연구진은 신체적인 통증에 대한 혐오가 정신적 노력을 피하는 것보다 더 본능적인 것일 수 있다고 하며, "뜨거운 난로에서 손을 뗄 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달리 말해, 정신적인 노력을 기피하는 것은 보다 적극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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