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암요양병원이재형병원장
해암요양병원이재형병원장
암 치유를 위한 임상현장에 있다 보면 인간의 한계라고 정해놓은 경계가 놀랍게도 인간의 힘으로 허물어지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진단 받았던 폐암 말기 환자가 3년이 넘도록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 아직 가끔 숨이 차고 기침도 나오기도 하지만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 어떻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되셨냐는 질문에 그분의 대답은 이랬다.

"암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저는 아무리 몸이 찌뿌듯하고 힘들어도 1시간 이상 맑은 공기 쐬며 야산을 걷는 것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못 나갈 때면 실내에서 러닝머신이라도 했어요. 처음엔 5분도 안 돼서 숨이 차고 힘들더니,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계속 했더니 오히려 힘이 나고 점점 숨이 덜차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바른 치료방향이구나 싶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이 걷기운동을 계속 했습니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매일 나가서 공기 쐬며 한 시간 정도 걷고 나면 너무 좋고요, 행복을 느낍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못한 것도 있어요. 감염 위험이 있다고 회는 절대 먹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회를 너무 좋아했던지라 저는 의사선생님 말씀을 어기고 맛있는 회를 마음껏 먹었거든요. 몸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제 병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없고요, 회복에 자신이 있어요. '결국 이렇게 하면 낫겠구나' 하는 내 마음에 확신을 세우고서는 어떤 어려움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 그것이 결국은 내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겠어요?“

암 치유를 위해서는 한 가지 요소만이 아닌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례는 그 요소들 중에서 좀 더 결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음식 하나를 잘 골라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꼭 해내야겠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다. 또 그것을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실천하는 노력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런던대학의 한스 위르겐 아이쟁크에 의하면 타율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과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집단 간의 암 사망률을 1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77배나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암은 유전자의 변형 질환이기도 한데 이 유전자가 회복되는 데 있어서 '신념'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고 이다. 그 대표적 학자가 바로 <당신의 주인은 DNA가 아니다>라는 책을 써서 '신념의 유전학'이라는 용어를 널리 알린 브루스 립턴 교수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무의식의 변화에 따라서 공명하며 변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런 신념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건강함을 온전하게 회복할 수 있는 방식을 꾸준히 실천하여 삶의 습관까지 만들면 일시적으로 변이된 유전자가 회복되어 암을 극복하는 힘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습관(習慣)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습관이란 의식하지 않아도 무심코 되는 그 어떤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세포의 기억을 말하고 무의식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습관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실천해서 꾸준히 그 시간들이 많이 쌓여야만 한다. 습(習)이라는 한자에서도 그 의미가 보인다. 습(習)은 날개 우 (羽)에 흰 백(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래 예전에는 날개 우(羽)에 일백 백(百)자가 합쳐진 글자였다. 다시 말하면 새가 나는 것을 익히기 위해서는 백번 이상 날갯짓을 해야 습관이 된다는 뜻인 것이다.

앞에 사례로 든 이 환자분이 폐암으로 생존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마지막 선고를 받고도 이겨낸 힘은 적극적 마음가짐과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한 실천, 이 두 가지를 해내었던 덕이고 결과물이다. 그런데 누구나 이런 습관으로 바꾸어 꾸준히 실천을 해내지 못하고 암과의 싸움에서 손을 들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 중 무엇보다도 ‘내가 스스로 나을 수 있고, 내가 낫게 해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암은 의사가 낫게 해 주는 것이고, 어떤 대단한 약이 낫게 해 준다’는 인식의 문제가 크다. 암은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생활 속에서 반복해온 불건강한 습관이 오랜 시간동안 쌓여서 생긴 병이다. 그런데 어떤 약 하나를 먹는다고 해서 어떤 치료를 한번 받는다고 해서 어떻게 나의 무의식적인 습관이 바뀌겠는 가? 또 아무리 사랑과 열정으로 보살펴주고 치료해주는 명의라 하더라도 오랜 세월 쌓인 내 습관을 어떻게 대신 바꿔줄 수 있겠는가?

암치료에 있어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다만 적절한 길안내를 하는 것뿐이다. 의사로부터 얻을 것은 더 이상은 없다는 생각을 냉철하고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암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낫게 할 수 있다”를 표어로 써붙여 놓듯이 매일 매 순간 떠올리며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고치지 못할 질병은 없다.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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