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대 졸업반인 본과 4학년들이 병원 실습을 나오고 있다. 이번 학기 실습을 마치고 나면 여름방학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의사고시를 준비하게 되고, 내년에는 학생이 아닌 의사로 병원을 뛰어다니게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질병과 술기를 넘어 삶과 사람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다. 병 없이 사는 사람은 없기에, 엄밀히 병이란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2명의 학생을 데리고 나는 가정호스피스 방문을 나간다.이때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환자 분이 있다. 진행성 위암 말기 환자인데, 복수가 많이 차서 매주 4L 정도 복수천자를 해야 한다. 여자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은퇴를 하시고 지내던 중 암이 발견됐는데...
슬슬 무더워지는 날씨, 바야흐로 야외축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공연장, 음악 피크닉, 록 페스티벌 등이 개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 그러나 축제에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필수적으로 동원되는 만큼 축제를 즐기고 난 뒤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귀가 잘 들리지 않는 현상인 난청 중 소음, 즉 시끄러운 큰 소리에 의하여 발생하는 난청을 “소음에 의한 난청”이라고 한다. 소음에 의한 난청은 아주 큰 소리에 단시간 노출된 이후 발생하는 음향 외상과 큰 소리에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이후에 서서히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보통 난청 환자 중 노화성 난청의 비율이 가...
‘잠이 보약’이라는 격언이 진리임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에서 수면이 치매와도 연관이 있다고들 하는데, 이는 과학적으로도 맞는 말이다. 실제로 뇌세포를 손상시켜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은 낮 동안 뇌에 쌓여, 밤에 잠을 자면서 뇌 밖으로 제거된다. 치매의 뚜렷한 치료 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 잘 자는 것 만으로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렇듯 수면질환은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뇌전증 등의 신경과 질환을 필두로 심혈관계질환, 암, 그 외 정신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수면질환으로는 불면증 다음으...
장기이식은 간, 신장, 각막 등 장기가 손상되거나 기능을 상실한 환자에게 건강한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한 명의 뇌사자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다.불의의 사고, 만성질환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장기이식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지만, 대기자에 비해 실제 뇌사장기기증자 수는 턱없이 적다. 2022년 10월 기준 한국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4만 446명이고, 뇌사기증자 수는 442명이었다. 장기이식 대기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약 5년 4개월이며, 2021년에는 약 2,480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중 세상을 떠났다.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2022년 발간한 ‘2021년도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기증 통계연보’에 따르면, ...
위암을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위십이지장 내시경 검사다. 우리나라는 특히 위암의 발생빈도가 높은 나라여서 정기검진 항목의 일부로서 40세 이상의 성인은 2년 간격으로 내시경 검사를 시행받을 것을 권장한다. 왜 하필 2년일까. 이론적으로 조금 더 자주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 같은데, 정부 또 전문가들조차도 2년 간격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다.2년이라는 간격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위암은 정상점막세포가 암세포가 돼 발생한다. 이 과정은 복합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정상세포가 여러 단계(전암세포)를 거쳐 암세포가 된다는 것이다. 또 암세포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내시경으로 관찰 가능한 암세포의 덩어...
요즘 엄정화가 주연으로 나오는 ‘닥터 차정숙’의 인기가 뜨겁다. 인기가 많은 만큼 드라마에 등장하는 질병으로 시끌시끌했다. 크론병 환자가 등장하는 회차였는데 ‘크론병 왜곡된 인식 우려에 방심위 민원까지 접수됐다‘는 기사를 접했다.기사를 보고 닥터 차정숙 7화를 보았다. 크론병에 걸린 젊은 남자 환자가 인공 장루 복원을 하기 위해 입원했지만 환자의 심한 병세로 인해 장루복원술을 실패하고 다시 다른 곳에 인공 장루를 만들었다. 낙심한 환자는 극도로 우울해져서 아내에게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수술 상처를 드레싱하러 온 닥터 차정숙에게 속내를 내비친다.“차라리 몇 달 후에 죽는 병이면 나을 거 같아요. 이렇게 평생을 ...
뇌하수체는 뇌의 정중앙부 하단에 위치하는 장기로서 신체 내 다양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머리 안쪽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손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종양 등 각종 병변에 의해 제 기능 하지 못할 경우, 호르몬 분비에 장애가 생겨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뇌하수체 질환의 국내 발병률은 매우 낮지만, 방치할 경우 신체 외적인 변화는 물론 이차적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만성질환과 달리, 전문적이고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경험 많은 의료진 선택이 중요하다.뇌하수체 질환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종양’이다. 뇌하수체로부터의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여러 호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당연함이 강자의 일방적인 생각이거나, 약자가 수긍할 수 있는 수준 바깥이면 당연함은 공감이 아닌 폭력이 된다. 우리는 종종 상대와 내가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당연함은 착각일 수 있다.특히 병원에서 의사들은 환자와 같은 배를 탄 동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배가 망가져 침몰해도 물 속에 잠기는 것은 환자일 뿐 병원과 의사는 안전하다. 그래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이 정한 원칙을 진심으로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라는 약속을 믿기 위해 그저 견디고 기다리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의대의 정신과 교수이자 의료인류...
폐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2021년 국내 사망 원인 통계에서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 당 36.8명으로 가장 높다. 반대로 폐암을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6.8%에 불과하다(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전체 암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 71.5%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만큼 치료가 힘들고 생존율이 낮은 암, 어려운 암이 폐암이다.그러나 높은 사망률과 낮은 생존율에도 폐암은 더 이상 두려운 암이 아니다. 최근 폐암 치료에 표적 항암치료나 면역 항암치료 등 새로운 항암 전략이 적용되면서 치료가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폐암이 가장...
비염은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코막힘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동반하는 비점막의 염증성 질환이다. 비염은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으며, 기간에 따라서는 급성 비염과 만성 비염으로 분류한다. 비염의 원인과 분류는 다양하지만, 증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콧물과 코막힘이고, 재채기와 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하며, 콧물이 앞으로 나오지 않고 뒤로 흘러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나 후각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비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염 진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다. 환자의 비염 증상과 병력을 청취한 뒤 내시경으로 비강 상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비중격이 휘었는지 비...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에서 혼자하는 운동, 일명 홈트가 운동 문화로 자리잡았다. 장소를 가라지 않고 운동을 습관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 초보들이 홈트를 위해 참고하는 유튜브 운동 영상을 잘못 따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잘못된 자세로 도리어 근골격 건강을 해칠 수 있다.특히 목 등 허리를 이루는 척추의 경우 잘못된 운동이 이어질 경우 디스크까지 유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목과 허리를 합치면 우리나라의 디스크 환자는 300만명, 전체 국민의 1/10에 가까운 수치다. 때문에 유튜브에는 ‘척추 건강에 좋은 운동’ 같은 영상이 많다. 하지만 유튜브를 잘못 따라하다가는 오히려 상...
지구 온난화로 인해 봄철 꽃가루 발생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계절의 여왕이라 일컫는 봄이 괴로운 사람들은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넘치는 꽃가루로 인한 기관지 천식 증상은 기침, 천명, 호흡곤란이다. 봄철에는 꽃가루와 미세먼지로 인해 천식,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 중 천식은 우리나라 국민의 약 10명 중 1명을 차지할 정도다.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기관지질환으로 볼 수 있다. 연령대별 유병률은 소아 때가 가장 흔하며, 20~30대에는 다소 감소하다가 최근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천식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봄철 꽃가루 항원으로 흔한 것은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대표적인 풍매화...
올해 2월,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농구선수 김영희씨의 별세소식이 전해졌다. 김영희씨는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성장호르몬의 과도한 분비 때문에 신체와 장기가 커지는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고 30년 이상 투병했다고 하며, 치료 비용으로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뇌하수체는 두뇌내 거의 정중앙부에 위치하는 뇌조직으로, 약 1cm 미만의 작은 크기이나 전신의 호르몬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 발달부터 신체 대사, 임신과 출산, 수유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생리적 활동에 관여한다.이러한 뇌하수체에서 생기는 ‘뇌하수체 종양’은 10만명 당 약 3명의 발생률...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에 발생하는 만성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퇴행성관절염은 유전적 요인이나, 과체중, 과거 관절의 부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주요 원인은 노화로 인해 무릎 연골이 마모되어 염증과 통증이 발생한다.무릎 연골은 탄력적이고 단단하여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뼈를 보호한다. 또한 우리가 앉고, 걷고, 무릎을 폈다 굽히는 관절 운동을 할 때마다 뼈끼리의 마찰을 줄여 매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하지만 연골은 지우개처럼 많이 쓸수록 닳게 되는데 자연 회복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손상이 시작되면 갈수록 부위가 점점 광범위해지면서 연골의 기능을 잃게 된다. 결국엔 연골이...
많은 사람들이 치과 질환을 생각하면 충치, 잇몸 질환 두 가지를 떠올린다. 중년에서도 이 두 질환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중에서도 잇몸 질환이 가장 흔한 질환이다. 잇몸 질환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잇몸 질환의 예방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치석이 생기지 않도록 플라그 단계에서 철저히 제거하는 것이다. 플라그는 치아 주변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가 치아 표면에 생성하는 얇은 세균막을 의미하는데, 이는 꼼꼼하고 철저한 칫솔질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칫솔질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그까지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1년에 1회 이상 치석 제거를 위해 스케일링을 ...
비만치료, 특히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오해가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지방흡입수술은 미용을 위한 몸매교정술이지 절대 비만치료가 아니다.삶의 질을 개선하고 건강 회복을 위해서는 체중계 숫자가 줄어야 하는데 전신지방흡입을 해도 대사질환 개선과 체중 감량이 한번에 해결되지 않는다.현재 고도비만 치료는 유효한 약물치료, 식이요법 등이 아닌 수술적 치료만이 검증된 치료법이다. 식탐과 포만감, 음식 중독 등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것들을 수술적 치료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체중을 줄이고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며 운동, 식이요법을 해도 고도비만 환자는 몸의 주요 장기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불균형 상태에 있어서 쉽지 않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중요한 반려동물 건강 확인법이기도 하다. 포유류 반려동물들은 털에 가려져 피부 문제나 상처 등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자주 반려동물의 온 몸을 쓰다듬으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하다. 특히 이때 유심히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피부에서 혹 등의 종양이 만져지는 경우다. 반려동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피부 종양 중에는 비만세포종이 있다.비만세포종을 반려동물가 비만이라서 생기는 종양이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름만 비만일뿐 비만과는 관련이 없는 질환이다. 비만세포는 히스타민과 헤파린 등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노인성 질환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눈’에도 노인성 질환들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눈’에 발생하는 질환들은 초기에 특별한 이상 증상이 없어 파악하기 어렵다.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 중기 이상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또 젊더라도 눈을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과거와 달리 책읽기가 힘들다거나 바늘 귀에 실을 꽂는 것이 힘들어진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다면 ‘노안’을 의심해봐야 한다. 과거에는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일명 ‘노안’ 증상을 많이 호소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한 스트레스와 스마트폰, TV, 컴퓨터 등의 과다 사용, 또는 어두운...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발목을 자주 삐끗한다고 한다. 얼마 전 길을 걷다가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는데 통증이 심각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금방 잊고 지내다가 어제에 이어 오늘 또 같은 발목을 삐끗한 것이다. 순간 ‘뚜두둑’하는 느낌과 발목이 점점 붓고 아파 병원에 갔더니 발목 불안정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인대는 관절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뼈와 뼈를 연결하는 조직으로 무리한 힘이 가해지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늘어나거나 찢어질 수 있다. 발목염좌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통증 중 하나로 보행 시 발을 접질리거나 운동, 또는 사고로 인해 발생한다. 인대 손상은 발목관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발목 인대가 파...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이 머리카락이 다 빠진 초췌한 얼굴의 환자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이다.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방사선 치료를 받아도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잘못 알고 있는 이유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약물치료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암환자에게 시행하는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 방사선 치료, 항암약물치료로 구분된다. 이 중 방사선 치료와 수술적 치료는 ‘국소치료’다. 국소치료는 말 그대로 특정 부위에만 효과를 미치는 치료다.폐암으로 수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