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이상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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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화권의 역사는 예수 탄생 전후로 나뉜다. 기년법의 책력인 서기(西紀)는 예수 탄생을 기원(紀元)으로 한다. 시대 구분에서 예수가 태어나기 전은 BC, 출생 후는 AD로 표기한다. BC는 영어 비포 크라이스트(Before Christ)의 약자이고, AD는 라틴어 아노 도미니(Anno Domini)의 준말이다.

유럽에서 예수 탄생과 함께 역사의 분기점을 이루는 사건 중 하나가 1298년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 출간이다. 이 책은 희대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유럽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익혔다. 책이 알려지면서 유럽인들은 동방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유럽이라는 작은 영역, 카톨릭의 가치관에서 자족하던 그들은 흥미로운 동방을 의식하면서 시야를 세계로 넓힌다. 중국과 인도 문명을 인식한 유럽인의 역사는 동방견문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도 있는 셈이다.

책은 일본인에 의해 동방견문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원제목은 세계의 서술이다. 유럽인에게 동방으로 인식되는 중국과 인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지방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러시아 시베리아도 소개되고 있다.

동방견문록은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다.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1271년부터 1295년까지 27년 동안 원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생활한 체험담을 작가 루스티첼로가 기록한 책이다.

마르코 폴로는 15살 때 국제 무역상인 아버지와 삼촌을 따라 원나라, 즉 동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중해를 건너고 튀르키예와 페르시아, 파미르고원, 타림 분지,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는 긴긴 여정 끝에 원나라 서쪽 변경에 도착했다.

긴 여행으로 건강이 나빠진 그는 1년 간 요양해야 했다. 마르코 폴로는 이탈리아를 떠난 지 3년 6개월 만에 원나라의 칸인 쿠빌라이를 몽골제국의 여름 수도인 상도(上都)에서 알현했다.

3년 반의 여정 끝에 원나라 수도에 도착한 그는 17년간 몽골제국에 머물렀다. 쿠빌라이의 총애를 받은 그는 원나라 각지는 물론 칸의 특사로 제국의 여러 곳에 다녀오곤 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 많은 쿠빌라이에게 각지의 풍속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나 중년이 된 그는 향수병에 시달렸다. 고향을 그리워 했다. 마침내 마르코 폴로는 중국 남부의 푸젠성(福建省)에서 출발해 자바,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이란을 경유하여 1295년에 고향 베네치아로 돌아왔다.

그의 입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주변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 내용이 책으로 출판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의 이야기를 검증할 수가 없었다. 외부 세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던 탓이다. 그렇기에 요즘엔 내용의 부분에 대해 진실과 거짓 논란도 있다. 마르코 폴로와 관련해 음식에도 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아이스크림과 파스타다.

마르코 폴로는 원나라의 아이스크림을 이야기 했다. 동방견문록에는 “중국의 거리에서는 우유로 만든 얼음과자를 팔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마르코 폴로는 원나라에서 얼음과자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유럽에 그 제조법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달콤하고 시원한 과자인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등으로 퍼진다.

아이스크림은 지역마다 출현 흔적이 있다. 눈과 얼음이 있는 옛 문명 지역에서는 얼음에 과일즙을 섞어 먹는 원시 아이스크림이 존재했다. 기원전 4세기에는 알렉산더 대왕, 기원전 1세기의 로마의 시저도 흰 눈에다 우유와 꿀을 타 먹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스크림과 가장 유사한 우유 얼음과자는 고대 중국에서 비롯됐다. 그렇기에 마르코 폴로는 앞선 아이스크림 문화를 맛볼 수 있었다.

또 마르코 폴로는 파스타를 원나라에서 이탈리아에 전수한 인물로 인식된다. 그가 중국에서 먹던 국수 조리법을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소개한 것으로 믿는다. 중국에서 건너온 국수와 남미가 원산인 토마토가 이탈리아 방식으로 융합된 게 파스타다. 결국 마르코 폴로 덕분에 이탈리아 음식 문화가 한 단계 상승한 셈이다.

아이스크림과 파스타 기원설은 다양하지만 가장 유력한 게 마르코 폴로의 역할이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아이스크림과 파스타는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당분인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으면 치아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또 혈액속 중성지방 농도가 높아진다.

그 결과 심혈관 질환과 비만 위험성이 있다. 반면 올리브 오일을 기본으로 한 오일 파스타는 비만과는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파스타가 다른 식품에 비해 과체중이나 비만 빈도가 낮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소스의 종류가 중요하다.

문제는 과식이다. 어느 음식이나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달콤한 음식은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더 절제력이 필요하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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