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이상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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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최전성기는 빅토리아(Victoria, 1819~1901년) 시대다. 그녀는 대영제국과 아일랜드 연합왕국의 여왕이고, 인도의 여제였다. 지구촌 곳곳에 영토가 있었던 그녀가 통치하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자녀도 9명을 두었다. 그녀는 독일 러시아 왕실과 친척 관계였고, 그녀의 자녀들도 여러 나라 왕실과 연을 맺었다. 그 결과 그녀는 혈연적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 왕실의 할머니 격이 된다.

빅토리아 여왕은 민도가 높아지는 시민의 정서를 반영하여, 군림하되 통치하지는 않았다. 이는 영국 왕실의 전통이 되었고, 왕가의 안정에 기여했다. 정치도 크게 성숙됐다. 양당제 의회민주주의가 실천되었다. 이 같은 정치체제는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의 영향력은 지금도 강렬하다. 영국의 대표적 관광 명소 중 하나가 버킹엄 궁전이다. 영궁 왕실의 관저인 이 궁전 앞에서는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관광이벤트로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된다.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살던 궁전에는 찰스왕이 거주하고 있다.

이 왕궁을 처음 사용한 군주가 빅토리아다. 그녀는 즉위 3주 만인 1837년 6월에 거처를 버킹엄 궁전으로 옮겼다. 그녀의 이주로 버킹엄은 대영제국의 궁전으로 위용을 발하기 시작했고, 현대에도 런던을 여행하는 이가 한번쯤 들르고 싶은 명소가 되었다.

64년 동안 대영제국을 상징한 빅토리아 여왕은 식욕이 넘쳤고, 모험적이었다. 그녀는 즉위 후 19명의 측근과 첫 만찬을 했다. 그녀는 초대한 사람들의 식탁에 갖가지 방법으로 조리한 수많은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게 했다. 닭고기 수프와 채소 수프, 여러 종류의 생선요리, 새끼 양고기, 비프스테이크, 오믈렛, 소시지, 바닷가재 등 수십 종의 음식이 올랐다. 또 여왕에게 바치는 파이를 뜻하는 파트 아 라 렌(pâte à la reine)도 있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음식 문화 전파자 역할도 했다. 그녀는 인도 요리 카레의 맛에 푹 빠졌다. 인도식으로 꾸민 별장에서 카레를 즐겼다. 여왕의 식습관은 귀족들과 상류층이 따라 했다. 서민들은 인도의 카레 소스에다 영국의 로스트 치킨을 결합했다. 이것이 영국의 시민 음식인 치킨 카레다.

여왕은 종종 보르도에서 생산된 포도주에다 스카치위스키를 섞어서 마셨다. 그 결과 당시 저평가 되었던 스카치위스키는 고급 술로 인식되었다. 이에 앞서 생산자의 청을 받은 왕실에서는 스카치위스키를 시음했고, 빅토리아는 로크나가 증류소에 왕실 인증 위스키 칭호를 내렸다. 이후 스카치위스키는 영국 상류층이 마시는 술이 되었다.

빅토리아는 열대과일인 망고스틴도 좋아했다. 망고스틴은 달콤한 향과 함께 항산화, 염증 완화, 피부 건강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녀가 자주 찾은 망고스틴은 과일의 여왕으로도 불리게 됐다.

빅토리아 식문화 중 가장 이색적인 게 서서 먹는 식사다. 영국 왕실 무도회의 식사 전통은 앉아서 먹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빅토리아는 새벽에 파티를 계속하면서 뷔페 음식을 서서 먹었다. 젊은 여왕이 음식을 서서 먹자 궁중의 원로들은 충격을 받았다. 왕의 권위가 무너졌다고 쑤군거렸고, 어린 나이 탓이라고 애써 눈감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는 파티를 즐기는 편이었다. 이는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한다. 파티에 참여하는 사람만이 아닌, 파티를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의 식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좋아한 그녀는 비만 체형이었다. 파티 때 서서 먹는 파격 식사도 몸매 관리에는 악영향을 준다. 서서 먹는 식사는 건강 측면에서 긍정 보다는 부정적이다. 먼저, 과식 개연성이 높다. 서서 먹으면 음식을 빨리 먹게 된다. 빨리 먹으면 더 많이 먹는 게 일반적이다.

다음, 허기 개연성이 높다. 빠르게 식사하면 천천히 먹을 때보다 공복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서서 식사를 하면 소화 속도도 빠르고, 포만감 인지도 떨어진다. 같은 양을 섭취하면 천천히 식사할수록 배고픔이 덜하다.

또한 서서 빠르게 먹으면 복부 팽만감 가능성도 높아진다. 천천히 먹을 때보다 식사 중 공기 양이 증가할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소화가 잘 안 되는 탄수화물 식품 (고포드맵식품)은 서서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위산이 심하게 역류하는 사람은 서서 식사하는 게 장점일 수 있다. 위산역류가 앉은 자세의 식사보다는 덜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식사는 앉은 자세다. 엉덩이를 의자 뒤쪽에 붙이고, 바르게 허리를 편 상태에서 식탁과 너무 밀착되지 않은 공간을 마련한다. 이 상태에서 천천히 식사하면 위장운동과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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