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과 약점, 관심사와 흥미분야 분석해 장점 발달시켜야 ... 발달장애는 조기·통합치료 중요, 장기적 치료계획과 아이들의 강점 키우는 것 핵심
영유아에게 처음 나타나는 발달장애는 한 영역의 발달 문제가 다른 영역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가지 증상만 있는 경우보다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 연령에 따라 0~1세에는 시각과 청각 감각과 운동바달 영역에서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하는 2세까지는 발달성 언어지연에 따른 언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정서적 및 사회성 발달이 이뤄지는 3~5세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장애, 전반적 발달지연이 많이 나타나고, 학습이 이뤄지는 6세부터는 읽기와 산수 등 학습장애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ADHD가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발달장애는 각 시기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질환이 있지만 실제 영유아기부터 시작해서 성인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장애를 줄이기 위한 조기발견과 중재치료가 중요하고, 이에 못지않게 평생에 걸쳐서 지속적인 추적진료와 통합적인 개인 맞춤형 치료, 사회적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학습장애와 ADHD 원격수업영향으로 3,4학년 때 뒤늦은 진단 늘어
보건복지부의 ‘2020년 등록장애인 통계’를 보면 국내 발달장애인의 수는 약 24만8000여 명으로 이 중 지적장애인은 21만7000명, 자폐성장애인 3만1000명이다. 전체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2010년 7%에서 2020년 9.4%로 2.4%p 증가했다.
매년 수많은 아이의 가족들이 발달장애 치료의 세계로 들어선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20년 건강검진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영유아건강검진 대상자 249만명 중 181만314명이 발달평가를 받았고 2.38%인 4만3072명이 ‘심화평가권고’ 결과를 받아 발달지연 또는 발달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는 5년 전인 2016년 1.9%보다 다소 증가한 수치다.
실제 발달 장애인들과 보호자들은 과도한 치료비와 전문적인 치료기관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매우 많다. 2020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3달 이상 대기해야 하고 최장 1년 2개월까지도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에 못 가고 가정에서 온라인수업으로 대체됨에 따라 학습 관련 문제의 개입 시기를 놓치거나, 발달장애 진단도 늦어지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발달행동치료센터 김성구 센터장은 “코로나19 전보다 사회성 발달에 문제를 보이는 영유아의 내원이 증가한 경향이 있고 학습장애와 ADHD는 초등학교 입학 후 1학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원격수업 등의 영향으로 3, 4학년이 되어서야 진단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적인 증상 앓는 경우 많아 관심 기울여야 ... 검사법과 치료법 다양화
발달장애 치료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전까지 대부분 놀이, 언어, 인지 등의 치료방식에서 최근에는 우수한 기기를 활용한 전산화 인지재활치료를 접목하고 있다. 시청각 기능 향상, 처리 속도 향상, 주의력 조절 등과 관련된 두뇌회로를 발달시켜주는 훈련으로 리듬과 타이밍 훈련을 통해 뇌에서 효율적이고 빠른 정보 전달이 이뤄지도록 만든다. 주파수 훈련 기법으로 제작된 음악을 통한 청지각 훈련도 난독증과 운동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달장애의 정확한 원인을 찾고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발달장애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약 80% 정도는 유전자 문제로 발현된다. 유전자 검사로 원인을 찾으면 불필요한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며, 치료예후를 예측하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고 이후의 출산 시 유전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게 된다.
김성구 센터장은 “현재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달장애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유전적 원인들을 찾아내고 있다”며 “수많은 유전자들이 관계돼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유전체 연구를 통해 발달장애의 원인을 찾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의심되는 경우 2세 이전이라도 조기치료 시작해야
발달장애 치료기관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 중 환자들이 치료기관을 계속해서 바꿔야 하고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발달장애 아동은 질환의 종류와 시기에 따라 1, 2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추적 진료하면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재평가를 시행한다. 심각한 적응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발달장애 아동의 민감기는 5세 이전이며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2세 이전이라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장애의 정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같은 발달장애 환자라도 모두가 조금씩 다른 임상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환자에 맞는 적절한 중재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고 추적관찰과 진찰을 통해 원인을 찾는 다양한 신경학적검사,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다양한 환경에 처한 환자의 사정을 고려해 사회사업팀에서는 지역 복지관과 연계, 사회적 지원, 적합한 공적 치료기관 안내, 방문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 아동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의 능력을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것도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은 아이들 중에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청지각 능력이 우수한 아이는 음을 기억하고 음악 관련 활동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시지각이 능력이 우수한 아이는 사물을 보고 실제와 매우 유사하게 그림을 그리며,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
특히 그중에서 시지각적으로 뛰어난 경우가 좀 더 많다. 이러한 아이들은 기계를 잘 분석하고 잘 다루며, 퍼즐, 블록 조립 등 시지각적 능력이 우수하여 비언어적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있다. 이곳 센터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발굴하고 부모와 함께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김경미 임상심리치료사는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된 아이들의 경우 뛰어난 능력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치료사들도 조금 더 희망을 갖고 아이의 특출난 능력을 찾아내어 발전시켜 주려고 한다”며 “매번 ‘할 수 없다’ 또는 ‘뒤떨어진다’는 말만 듣던 아이들의 부모들은 이러한 능력을 처음 알게 됐을 때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성구 센터장은 “발달장애 아이의 부모들 중 아이의 특별한 능력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특정한 부분에 몰입하는 것을 또다른 자폐성 행동으로 보고 관심을 돌리려 하는 경우도 많다”며 “센터에서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행동패턴과 임상심리검사 분석을 통해 강점과 약점, 관심사와 흥미분야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흥미와 강점을 매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활 할 수 있도록 환자별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예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