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손창규교수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데이터 분석 … 의료기관 찾는 사람은 선진국의 5분의1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할 정도의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수면 후에도 머리가 맑아지지 않고 미약한 정신적·육체적 활동으로도 온종일 까라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또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기억력·집중력과 같은 뇌기능이 떨어지거나,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다는 브레인포그(brain fog) 증상을 보인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절반 정도가 온전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으며 25% 정도는 침대나 집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도 모르며 혈액이나 방사선학적 검사를 통한 객관적 진단법이 없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치료법도 없는 현대인의 새로운 난치질환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데, 주요 증상이 흔하게 있는 피로감이다 보니,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 혹은 일부 의료인조차 질병의 심각성을 무시함으로써 빠른 진단과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2015년도부터 이 질병의 이름을 ‘피로’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전신적활동불능증 (Systemic Exertion Intolerance Disease)’라고 부를 것을 추천하였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미하여, 자세한 발병율 및 유병율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번에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만성피로증후군 연구센터의 손창규 교수팀은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팀의 도움을 받아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데이터를 활용하여, 한국에서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치료받는 현황을 처음으로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1만 명당 약 5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여, 매년 2만 5천 명 정도가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의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인데, 지난 10여 년 동안 1.5배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처음 진단받은 1년 이후에는 단지 10% 정도의 환자만이 같은 질병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것으로 나타나서, 미국인 환자들 통계의 약 20%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치료약물의 부재와 체계적인 의료서비스의 취약함 및 아직은 본 질환에 대한 의료인의 부족함과 같은 한국에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의 어려운 의료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 책임자인 대전한방병원 손창규교수는 “한국에서는 아직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인식 및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이 건강보험 데이터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으며, 향후 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전략을 짜는데 중요한 실증적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라고 하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중계의료저널 (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 IF 5.531)의 2021년 12월 호에 개재되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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